남들보다 민감한 섬세한 심리학, 이 필요한 당신을 위해서.
-샌서티브
자존감과 관계, 그리고 그저 exist 하는것, 살아 있는것에 대한 궁금증.
참 오랫동안 누군가를 위해서, 세상의 시선을 위해서, 혹은 심지어 내가 만들어낸 기대에 부합하는 나를 위해서, 나는 나를 가꾸고, 꾸미고, 투자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것, 내가 가질수 있다고 생각한 것을 갖지 못하며 텅 빈 손을 바라보는 시기가 길어지기 시작했을때 그 피해갈 수 없었던 공허함이 찾아왔다. 이상하게도, 그 공허함은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것이었다. 무언가를 내 옷에 치장하고, 내 미소에 걸며, 하는 것들이 우수수 떨어지듯 필요없어져버리는 시간이었다. 달콤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 안의 어떤 한 부분은 그것을 목말라하고 있었다.
오늘을 살아가고, 누군가를 만나고, 무엇을 먹고, 내 재능을 위해 노력하며, 다음 학교, 다음 직장, 다음 단계에 나아가는 우리의 모든 목적은 무엇일까. 목적을 꼭 알아야하는걸까? 왜냐면 없을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걸음이 지치고 손이 무거워지며 생각이 많아 밤잠을 자주 설치기 시작할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유가 꼭 목표와 목적이어야할까? 그건 누가 내게 준 것일까. 그 목표와 목적이 끝나면 나는 사는 이유가 없어지는 걸까.
없음에 감사하고 상처받음에 다행이라 생각하고 아파할수 있음에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을 지닐수 있다는건, 공허함에서 나온다. 공허함은 거짓말하지 않고 내 투명한 존재, 나 자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이리봐도 저리봐도 많은것들로 채워져있기 때문에, 달로 갈 수 있으면 어쩔수 없이 어린왕자가 그랬듯이 무수한 별들만 보는것이 하루종일의 일과가 되어버리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그 공허함은, 멀리 있지 않았다.
더 많이 소유해야하고 더 개성이 있어야하고 더 빨라야하는 이 시대에 왜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걸까.
더 소유하고 있고 더 튀고 더 빠른것 같은데 왜 우리의 마음은 더 목말라하고 더 숨기를 원하는걸까. 우리는… 누구에게 대체 더 기억되고 싶어서 이 삶을 그렇게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걸까. 모두가 아는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세상에서 잊혀지면 어떡하지, 숨만 쉬면… 라고 말했더니 ‘세상에서 자유로워질 것 같은데 나는, 잊혀진다 하면.’ 라고 대답하는 나무. 그래, 우리는 잊혀져도 되는걸까? 아니, 잊혀질 수 있는걸까? 나는 그토록 기억되고 싶어서, 그러지 않으면 내가 먼지처럼 스러져버릴것 같아서, 입과 발이 뜨끈뜨끈했던것 같기도 하다.
나는 생각보다 빨리 사랑받는 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아무리 뒤집어보고 파고 깊이 들여다봐도 내 진짜 모습이 보이지 않을만큼 나는 세상 정중간에 가있었다. 내 정중간이 아닌, 세상의 중심. 달로 가면 내가 너무 외롭고 힘들까봐, 매일이 내게는 기억됨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마음의 무게에 발이 늦춰지고 생각이 무거워졌을때, 나는 모든것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달로 떠나버리고 싶어졌다. 모든것이 가짜같았다. 사람도, 말도, 종교도, 사랑과 소망, 슬픔마저도 모두 가면을 쓰고 다른 불투명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불쾌한 존재들로 다가왔다. 모든것에 멀리하며 숨만 쉬고 있어도 내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싶기 시작했다. 사랑받지 않아도, 기억되지 않아도, 착하고 성실하며 아름답지 않아도, 나는 소중한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며 서러워하던 참 많은 밤들. 남보다 예민하고 민감하여 들었던 모든 말들에 뒤늦게 아파하며 기억나지 않는 얼굴들을 미워하던 낮들.
용기 있는 자는 모든것에 마주하며 이겨내는 자인줄 알았다. 그러나 정말 용기 있는 자는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정정당당하게 피하고 도망치는 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 상처를 감싸 안고, 골방에서 기도할수 있는 자가 용기 있는 자임을 이제야 알게 된 후 나는 고독을 끌어안기 시작했다. 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겁이 나는 일이며 승낙보다는 거절이 더 많고 참고 인내하며 좋은 타이밍을 기다려야하는 것임을, 그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뒤늦게 알았다. 이겨내지 못하는 것에 잠시 주춤하며 물러서고, 아프고 괴롭게 하는 것에 대해서 칼이 아닌 방패를 들고 기다리는 것이 지혜로운 것임을. 어쩌면 그것이, 달로 잠시 갈 수 있는 귀한 한 자락의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샌서티브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본인이 더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려 인정받을 필요 없다. 다만, 이 세상에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고 사회가 말하는 말과 시선에 자신을 나약하고 부적응자 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것만은 꼭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라고.
어쩌면 골방에 그리고 달에 숨어있는 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투명하고 솔직해서 더 아픈건지도 모른다. 더 쉽게 상처받고, 외롭고, 그만큼 골몰하고 고민하는 자들은 이 세상에 또한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불투명해지고 내 마음의 문을 닫고 부정적이게 될 수 있었던 나이지만, 나는 나 있는 그대로 더 나를 드러내며 살기로 결정했다. 달이 아닌 세상가운데 있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내 순수한 마음을 이용당한적이 무수히 많지만, 내가 바라보는 나는- 이제야 말하지만- 이것 또한 너무나 찬란하다. 남들보다 더 아프다고 징징댈수 있다는 건, 남들보다 더 기뻐서 와르르 웃음이 터지고, 소리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내 여림, 투명함, 솔직함을, 달 위에서, 아니 꼭 달에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더 품기를 원한다. 품는다.
귀한 컬렉션의 영감이 되어준 나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당신처럼, 달로 떠나버려 그저 숨쉬는 것 만으로도 사랑받고 행복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진들을 바친다.